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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니 기적이 일어났다” 세상을 바꾸는 보모들

  • 2019.11.25
  • 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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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라이프오브더칠드런 그룹홈 보모워크숍, 지난 12~13 태국 방콕서 열려

네팔인 데바끼 바따(42)는 열정적이었다. 얼굴은 미소로 가득 했고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13일 태국 방콕 수안나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그룹홈’ 보모 워크숍에서 그는 마이크를 잡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가 “보잘것없이 불행했던 제가 이제 남을 위해 살고 있어요. 그것은 정말로 위대한 일”이라고 말하자 곳곳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몽골과 필리핀, 태국, 미얀마, 케냐, 부르키나파소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그룹홈 보모들은 그의 말에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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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그룹홈 ‘마더홈’의 보모 데바끼.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워크숍 발표대에 선 데바끼는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했다. 그는 “그룹홈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제게도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그룹홈 보모가 되기 전부터 보모가 된 이후의 삶을 전했다.

 

데바끼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로 5시간 가야 하는 누아꿋이라는 산골에서 태어났다. 가난했는데 아버지까지 일찍 돌아가시자 오빠 둘만 공부를 했다. 데바끼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대신 14살 때 자신보다 14살이나 많은 남자와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이듬해 15살에 첫 아이를 시작으로 내리 여자애 셋을 낳았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네팔에선 죄지은 여자였다. 남편과 시댁이 그를 버렸다. 읽고 쓸 줄도 모르니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딸 셋과 입에 풀칠만 했다고 한다.

 

그의 삶은 지난해부터 ㈔라이프오브더칠드런(이하 라칠)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라칠은 데바끼에게 집과 같은 따뜻한 주거환경과 교육비, 생활비를 약속했다. 버림받은 아이들의 ‘엄마’가 되는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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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샤르네체첵 그룹홈의 보모 남수릉.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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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사랑 그룹홈의 보모 사라.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데바끼는 그렇게 2018년 네팔의 첫 그룹홈 보모가 됐다. 엄마처럼 아이들을 거두겠다는 신념을 담아 이름을 ‘마더홈’이라고 지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던 바버나와 뿌스빠, 사비나, 이시카 등 4명의 여자아이를 친딸처럼 돌보고 있다. 아이들은 데바끼의 사랑 덕분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데바끼는 “전 어릴 때부터 배우지 못했고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컸는데 제 아이들에게는 이런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면서 “라칠의 그룹홈에서 아이들을 공부시킬 수 있고 먹일 수 있고 따뜻한 곳에서 재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공부를 곧잘 해 모두 학교에서 A+를 받아온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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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상카부리 그룹홈의 보모 다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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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냐 우펜도 그룹홈의 보모 메리.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아이들만 변한 게 아니다. 데바끼 스스로도 자신 넘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됐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자신부터 아는 게 많아야 한다고 믿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젠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영어도 배우는 중이다. 워크숍에 참석하려고 홀로 비행기를 타고 네팔에서 태국까지 날아왔다. 지난해 첫 번째 워크숍에선 네팔의 협력자를 따라 왔는데 이번엔 혼자 도전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혼자 가다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꿨을 일이다. 데바끼는 “이렇게 멀리 온 건 살면서 처음”이라면서 “모두 혼자 태국에 가는 걸 포기하라고 했지만 더 도망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공항에서 여러 번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야 했지만 결국 이렇게 찾아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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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키나파소 한나 그룹홈의 보모 바니. 라이프오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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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안티폴로 그룹홈의 보모 로리따.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데바끼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제 그룹홈 아이들이 네팔의 미래를 이끌 여성 리더가 되는 꿈을 꾼다”면서 “기적처럼 이런 꿈을 꿀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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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비전 그룹홈의 보모 친코핫(위)과 렛코하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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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레단 그룹홈의 보모 타이라이난.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워크숍에는 다른 지역 보모들도 참석했다. 몽골의 사라(사랑 그룹홈)와 남수릉(샤르네체첵 그룹홈), 태국의 다오(상카부리 그룹홈), 케냐의 메리(우펜도 그룹홈), 부르키나파소의 바니(한나 그룹홈), 필리핀의 로리따(안티폴로 그룹홈), 미얀마의 친코핫, 렛코하오(비전 그룹홈) 와 타이라이난(레단 그룹홈) 등이다. 이들도 데바끼처럼 자신의 사연과 그룹홈 노하우를 소개하고 3년 뒤 미래를 공유했다.

 

워크숍에는 각국 협력자들과 나라별 언어 통역사들이 동참했다.

 

권호경 라칠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어린이를 살리는 그룹홈 보모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역사는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흐른다. 권력도 사라지고 왕도 죽지만 사람은 영원하다”면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보모들을 보니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상에서 5초에 한 어린이씩 숨진다고 한다”면서 “그룹홈 프로그램이 널리 퍼지고 보모들의 노력이 더해져 5초가 5분, 50분, 5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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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경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이사장.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권 이사장은 또 그룹홈 보모와 아이들이 먹고 공부하는 것만큼은 현지 중산층처럼 살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해당 지역 유치원 교사의 봉급보다 15%를 더 지원할 것”이라면서 “다만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간섭하지 말고 스스로 깨닫고 성장할 수 있게 곁에서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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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한국주민운동교육원 트레이너.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워크숍 강사로 나선 김성훈 한국주민운동교육원 트레이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등은 모두 가난하고 불행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세상의 리더가 됐다”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인간답게 성장하도록 돕는 그룹홈 보모들이야말로 세상을 구하는 안내자”라고 치켜세웠다.

 

2015년 설립된 라칠은 전 세계 소외된 아이들을 돕는 아동 전문 NGO다.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해외 사업은 그룹홈 사업 외에도 아동 결연사업, 무료급식, 교육·의료·식수 지원, 지역개발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사업으로는 새터민·다문화·한부모가정 지원과 아동보호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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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라이프오브더칠드런 보모 워크숍.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그룹홈 사업은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집과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로 2017년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 16곳에서 진행 중이고 90여 명의 아이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가족 단위로 꾸려지다 보니 혜택을 받는 아이들의 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고 그룹홈 아이 중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사업은 더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 확인하기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957779&code=611718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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