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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주니 버짐이 사라졌다” 우간다 학교 한끼의 기적

  • 2020.03.10
  •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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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으로 사는 건 한국인만이 아니었다. 한 끼 먹기도 어려운 우간다 아이들에게도 밥은 중요했다. 학교에서 아침과 점심 급식을 하자 1년도 안돼 아이들 머리에 피었던 버짐이 사라졌다. 감기에 잘 안 걸렸고 수업시간 집중력도 높아졌다. 해발 20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시골 골리(Goli·네비라고도 함)에서 스티븐스 널서리 스쿨(St. Stephen’s Nursery School)을 운영하고 있는 송인진 선교사는 “아이들이 아파도 점심 먹는 건 절대 안 빠진다”며 한 끼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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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카탈레에 위치한 '굿 시드 널서리 스쿨'(Good Seed Nursery School)의 유치원생(파란 티셔츠)들과 초등학생(주황색 티셔츠)들이 점심을 먹고 난 뒤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0_8665.jpg'굿 시드 널서리 스쿨'의 유치원생들이 점심을 먹고 난 뒤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지난달 22일부터 27일(현지시간)까지 아동전문NGO 라이프오브더칠드런(라칠)과 함께 찾은 우간다 골리, 소로티(Soroti), 카탈레(Katale)의 세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활기차고 밝은 모습이었다. 무중구(mzungu·스와힐리어로 하얀 사람, 외국인을 부를 때 사용한다)를 경계하는 것도 잠시, 무중구가 웃으며 나눠주는 사탕에 아이들은 이내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아이들의 건강 지키미, 짜파티부터 마토케까지
세 학교의 급식 시스템은 제각각 달랐지만 모습은 비슷했다. 우간다 주식인 짜파티(밀가루 전병)와 마토케(초록바나나·굽거나 쪄서 먹는다)를 중심으로 고기나 생선, 콩, 계란 등을 얹으면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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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골리의 '스티븐스 널서리 스쿨'(St. Stephen's Nursery School) 아이들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모습. 밥과 삶은 콩, 고기, 삶은 양배추가 한 접시에 담겨 있다. 정진영 기자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1_1802.jpg우간다 카탈레의 '굿 시드 널서리 스쿨' 유치원생이 친구들과 대화하며 점심을 먹고 있다. 이날 점심으로는 마토케와 단호박, 땅콩수프가 나왔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우간다는 아이들도 학교에 일찍 온다. 오전 8시면 교복과 양말, 신발을 챙겨 입고 등교한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도착한다. 교복이 아닌 옷을 입고 등교한 아이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한화로 5000원 수준인 교복이지만 하루 종일 일해도 1만 실링(약 3300원)을 벌기 어려운 우간다의 상황을 고려하면 교복값이 부담스러운 집이 많은 탓이다. 선교사들은 “체육복이라도 입고 등교하라고 권장하지만 어려운 가정이 많아 강제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급식을 먹기 전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일렬로 줄을 서 손부터 씻는다. 빗물을 모아 둔 플라스틱 통에 수도꼭지를 연결한 것이 일종의 세면대다. 아프리카 질병의 상당수가 깨끗하지 못한 위생 상태에서 비롯되는 만큼 세 학교는 모두 손 씻기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식판에 음식을 받은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밥을 먹었다.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빨리 밥을 먹고 뛰어놀 생각에 숟가락질을 서두른다.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1_2668.jpg골리의 '스티븐스 널서리 스쿨' 아이들이 밥을 먹기 전 손을 씻기 위해 한 줄로 서있다. 정진영 기자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1_4112.jpg우간다 소로티의 '아멘 아카데미'(Amen Academy) 아이들이 점심을 먹기 전 물로 손을 씻고 있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라칠이 준비해간 선물에 아이들은 눈을 빛냈다. 세 학교 중 가장 먼저 찾은 골리 학교 아이들은 바람개비와 옥수수로 만든 컵, 비타민을 받았다. 바람개비를 받고 신이 난 아이들은 빠르게 도는 바람개비 날개를 따라 환호성을 지르며 땀이 줄줄 흐를 때까지 학교 앞을 무리지어 뛰었다.

두 번째로 찾았던 해발 1200m에 위치한 소로티의 빈민촌 아멘(Amen)에 위치한 아멘 아카데미(Amen Academy)에는 공책과 바람개비가 전달됐다. 만 3~5세의 유치원생들은 바람개비와 과자를 받으며 “땡큐”라는 말과 함께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했다. 우간다식 감사 인사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도시 카탈레의 학교에는 스프링노트와 볼펜, 포스트잇, 인형 등 문구류가 전달됐다. 아이들은 어른 손 크기만한 인형을 받아들고 얼굴에 부비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1_5676.jpg선물로 바람개비를 받은 '스티븐스 널서리 스쿨' 아이들이 바람개비를 들어보이며 놀고 있다. 정진영 기자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1_6552.jpg선물로 바람개비를 받은 한 아이가 바람개비를 카메라 앞으로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진영 기자

“아뽀요!(고마워)” 옥수수가루의 행복
지난해 말 아프리카에 상륙하며 식량난을 초래한 사막메뚜기떼는 케냐와 소말리아, 에티오피아를 거쳐 한달 만에 우간다까지 그 기세를 키웠다. 1㎞ 규모(약 1억5000마리)의 사막메뚜기떼는 하루에 3만5000명분의 농작물을 먹어치워 해당 지역에 엄청난 식량난을 초래하고 있다.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1_7474.jpg소로티의 '아멘 아카데미'에서 옥수수가루를 배분하기 전에 농업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1시간반가량의 교육을 들어야 옥수수가루를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정진영 기자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5_9449.jpg옥수수가루를 받은 소로티 여성들이 머리에 포대를 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소로티에도 메뚜기떼가 찾아오면서 건기로 인한 식량난에 어려움을 더했다. 소로티 아멘 지역의 경우 건기가 되면 하루 한 끼도 못 먹는다. 라칠은 소로티 지역에 25㎏짜리 옥수수가루 약 230포대를 준비해 장애인, 노인, 고아, 과부 등에게 전달했다. 조진행 라칠 해외사업팀 팀장은 “메뚜기떼 문제로 옥수수가루 값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옥수수가루를 받은 사람들은 머리에 포대를 이고 집으로 돌아가며 “땡큐 베리 마치(Thank you very much)”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 내전으로 과부가 많은 우간다에는 과부들이 모여 사는 동네, 아즈물라가 있다. 32개의 옥수수가루 포대를 싣고 아즈물라를 찾아 포대 하나씩을 나눠줬다. 아와요 마그레트(61) 할머니는 2명의 손주, 8명의 자식과 함께 사는데 “요새 식량난이 좀 있었다”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아뽀요(땡큐). 갓 블레스 유(신의 은혜가 있길)!”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6_0136.jpg옥수수가루를 전달 받은 베띠 낭가로와(76) 할머니가 밝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15년 전 갑작스레 눈이 멀어버린 베띠 낭가로와(76) 할머니의 집에도 옥수수가루가 전달됐다. 낭가로와 할머니와 첫째딸, 손녀와 증손녀, 그리고 친척 아이들 5명까지 모두 9명이 사는 이 집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마땅치 않아 옥수수가루가 더욱 소중했다. 낭가로와 할머니는 옥수수가루 전달 소식에 신이 난 목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땡큐 베리 마치. 갓 블레스 유!”를 연발하며 기뻐하던 할머니는 라칠 팀과 이창원 선교사(아멘 아카데미 운영)가 자리를 완전히 뜰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2019년 국제통화기구(IMF) 추정치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770달러로 세계 170위인 우간다는 긴 내전과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고아와 과부가 많다. 18세 이하 아이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교육을 비롯해 의식주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칠의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은 아이들에게 미소와 미래를 되찾아줬다.

카탈레 지역 그룹홈인 ‘쎈가 그룹홈’(Ssenga Grouphome)은 무네제로 앨리샤(8)·카벤지 베니타(5) 자매에게 안식처가 되어줬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살던 앨리샤는 새아빠의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친아빠가 앨리샤를 데리고 나와 단둘이 지냈다. 하지만 이번엔 베니타가 위험했다. 엄마가 밤늦게까지 일하는 탓에 오빠와 단둘이 남겨진 것이다. 결국 엄마는 앨리샤와 베니타를 그룹홈에서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6_0762.jpg ‘쎈가 그룹홈’(Ssenga Grouphome)에서 지내고 있는 다섯 아이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베니타(5), 앨리샤(8), 모린(8), 메리(5), 사라(6). 사라 위에 있는 여성은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보모 브렌다(25)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e7cdd409f436c1c9abefa0049aefcd36_1583806296_1339.jpg앨리샤(8)가 수줍은 얼굴을 하고 'I love you'를 노트에 적은 뒤 기자에게 보여줬다. 정진영 기자

정서가 불안정하고 소심했던 자매는 지난해 6월 그룹홈 생활을 시작한 이후 많이 밝아졌다. 8개월 사이 살이 붙고 얼굴엔 미소도 되찾았다. 그룹홈에서 함께 생활하는 나이바레 모린(8), 크와갈라 조이 사라(6), 임말링가티 메리(5)와 안정된 환경에서 생활하며 아이들 얼굴에 졌던 그늘은 많이 사라졌다. 특히 앨리샤는 먼저 손을 끌어 자신의 방을 보여주고 수줍은 얼굴로 노트에 ‘I love you’를 적어 보여주기도 했다. 권순걸 라칠 해외사업팀 간사는 “그룹홈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같이 어울리면서 밝아진다”고 말했다.

예술가가 꿈이라는 앨리샤와 의사가 꿈인 모린, 선생님이 되고 싶은 사라와 간호사를 꿈꾸는 메리는 그룹홈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각자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한국에서 도착한 작은 도움이 만들어낸 희망이었다.

골리·소로티·카탈레(우간다)=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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