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고 맑은 선율,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를 만드는 기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악기입니다. 혼자도 좋지만, 다른 악기와 합을 맞춰도 좋고 사람의 목소리를 반주할 때도 아름답죠.
이렇듯 다채로운 매력이 가득한 기타는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소리가 천차만별인데요.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만의 개성을 반영한 커스텀 수제 기타를 꿈꾸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그 꿈을 이루어주는 윌마(Wilma) 수제 기타 공방의 목수, 이운규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윌마기타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한 작은 기타 공방인데요. 1994년 선율기타공방으로 출발해 2000년대에 중국 산동성에서 활동하다 몇 년 전 파주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운규님은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정기후원자로, 앞으로 어려운 아이들에게 직접 만드신 기타를 선물해주실 예정입니다. 귀한 나눔을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라이프오브더칠드런이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4번의 사업 실패, 무일푼이던 나를 도와준 사람들
“내가 사실 초등학교도 못 마쳤어요. 6학년 1학기 때 학교를 그만 뒀거든. 집이 망하면서 육성회비를 못 내니까 선생님이 이유없이 때리고 벌을 세우더라고. 그 길로 집을 나와서 신문배달부터 시작했어요.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 나무 만지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기타 제작으로 이어진 거예요.
그렇게 기타 제작만 40년을 했어요.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도 하고 흥했다 망했다를 반복했지요. 그러다 14번째는 쫄딱 망했어요. 장비를 처분하려고 보니 전에는 사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안 가져가더라고. 정말 땡전 한 푼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예전에 내 밑에서 일하던 중국인 친구가 소식을 들은 거예요. 내가 아무 조건없이 도와줬으니 이제는 자기 차례라며 자기 삼촌을 연결해주더라고요. 그 삼촌이 고위 공무원이었는데, 중국에 있던 기계 장비를 이삿짐으로 인천까지 공짜로 보내줬어요. 정말 감사했죠.
문제는 장비는 갔는데, 우리 식구들이 한국에 들어올 돈이 없었어요. 비행기는 둘째치고 배삯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삼촌이 그 돈까지 마련해 주더라고요. 거진 천만 원 되는 지원을 해준 거죠.
생각해보세요. 우리 주위에 어떤 외국인이 사업하다 쫄딱 망했는데 천만 원 되는 돈을 내줄 수 있나요? 없죠.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 그 중국인들이 저를 도와준 겁니다.”
여차저차 한국에 들어왔지만, 무일푼 상태인 건 마찬가지. 그래도 다시 기타 공방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찾던 중 이운규님은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바로 지금 파주 공방 자리 집주인이었습니다.
“당시에 세 명이나 이 자리를 노리고 있었어요. 나는 보증금도 월세도 낼 형편이 안 되니까 꿈도 안 꾸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요. 어려운 것 아니까 오라는 거라면서요.”
그렇게 다시 시작된 윌마 기타의 여정.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던 이운규님은 다행히도 7개월 만에 중국에서 받은 도움을 모두 갚을 수 있었습니다.
“집을 나와 지금까지 참 어렵게 살았지만, 그래도 빨간줄 한 번 간 적 없어요.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결국 주위 사람들 덕분이더라고. 그 보살핌이 없었다면 바르게 성장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참 많은 사람에게 고맙죠. 그래서 얼마 안 되더라도 주위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원래 부자는 못 나눠요. 없으니까 오히려 나눌 수 있습니다. 없는 사람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어려운 아이들이 기타를 배우며 희망을 품을 수 있기를
이운규님은 파주 시청에서 라이프오브더칠드런 모금 부스를 만나 후원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린 아이를 도울 수 있다는 말에 기꺼이 후원자로 함께 해주셨는데요. 지난 6월에 발송된 소식지에 담긴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기타 선물을 먼저 제안해주셨습니다.
“예전에 신문을 봤는데 어떤 미국 학교 이야기가 나왔어요. 가난하고 공부도 못 하던 아이들이 성적도 좋아지고 삶이 바뀌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니 ‘기타’가 답이었어요. 그 지역에 새로 부임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쳤대요. 자신도 청소년기에 힘들었는데 기타를 배우고 선생이 되었다고 하더라고.
기타가 참 신기해요.나무로 만들었지만,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손을 써야하고 코드를 외워야 하니 똑똑해진다고. 음악이 지니는 치유효과도 있고요. 기타 제작이 3, 4개월 단위로 이뤄지는데 그때마다 2대씩 꼭 필요한 지역에 선물하고 싶어요.”
라이프오브더칠드런을 위한 첫번째 기타는 올해 9월 케냐 리무르 아카데미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리무르 아카데미는 자체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할 정도로 음악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곳인데요. 윌마 기타를 통해 아이들의 꿈도 더욱 활짝 피어날 것 같습니다.
흰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이운규 후원자님. 인상이 참 좋으시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니 예전에는 이렇게 웃지 못 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기를 당하기도 여러번, 사는 게 뜻대로 안 되던 그때는 얼굴이 굳어있었다고 하는데요. 나눔을 삶의 중심에 둔 지금, 그의 얼굴에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이 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