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리핀 산톨 방과후학교에서는 기분 좋은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4월 중순에 있을 ‘Recognition day’ 때문인데요. 일종의 종업식을 맞아 매주 합창 연습을 하고 있어요. 한국의 학예회와도 비슷한 자리로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것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자리랍니다.  

저학년은 동요 메들리를, 고학년은  ‘yesterdays’ dream’이라는 곡을 부르기로 했어요. 공통으로 전 학년의 아이들이 ‘light a candle for peace’라는 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합창뿐만이 아니라 곡에 맞추어 율동까지 준비하기 때문에 연습할 때면 모두 정신이 없습니다.

생각보다 외울 것이 많지만 아이들은 모두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연습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와서 빨리 곡을 틀어달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밤새 외워온 율동을 하기도 하고, 친구와 서로를 점검해 주기도 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이날 가족들이 참석을 하기 때문이에요. 상장 하나에도 온종일 동네가 떠내려가도록 자랑하는 아이들에게 이날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자신이 그동안 방과 후 교실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날입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놀다가도 연습 시간이 되면 물 한 컵 들이키고 곧바로 연습에 들어갑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것을 보면 저 역시 같은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이 될 그날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종업식에서 행복한 순간을 만끽할 아이들의 모습 또 전해드릴게요. 항상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리핀에서, 장기봉사자 윤하영 단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