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단어만큼 장대한 단어가 있을까요? 그러나 사랑이라는 말의 무게에 움츠러들 필요는 없습니다. 주고받는 몸짓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의 마음, 그게 바로 사랑이니까요. 사랑에 또 다른 모양이 있다면 세모를 떠올려 봅니다. 각을 이루고 있는 두 변이 만나는 점. 그곳이 결국 우리가 도착해야 할 사랑의 종착지입니다. 무르익어가는 어느 가을날. 사랑을 향한 여정길에 한발 한발 묵묵히 내딛는 서영진 후원자를 만났습니다.
Q. 단체에 후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지인을 통해 라이프오브더칠드런을 알게 되었어요. SNS을 통해 틈틈이 소식을 챙겨보고 있었죠. 그중 ‘그룹홈’ 사업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문제들이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그룹홈은 소외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돕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우연히 라칠 슬로건을 보게 되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가 아이를 품으면 아이는 세상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 문장에 너무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람에, 평소 잘 살펴보던 그룹홈 사업에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라칠의 활동을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에요. 사실은 제가 직접 참여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요. 후원자지만 라칠에 빠져버렸습니다.
Q. ‘기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
A. 오래전부터 세웠던 재정 사용 규칙이 있어요. 소득의 3%는 누군가를 돕는 일에 사용하는 것이에요. 저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장했어요. 기부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는데요. 어릴 적에 버스를 탔다가 돈이 없어서 멋쩍게 내린 적이 있어요. 기사님께서 그냥 타도 된다고 하셨는데, 탈 수 없었어요. 돌아오는 버스비도 없었거든요. 제 사연을 어느 한 자리에서 우연히 말하게 되었는데, 듣고 있던 부부가 그 이후부터 매달 5만 원을 다달이 보내주셨어요. 5만 원을 받는 날이 되면 그 하루가 참 편안하더라고요. 기부는 하루쯤 편안함을 주는 날 같아요. 기대가 있어야 살맛이 나잖아요.
Q.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어려운 질문이에요. 여러 종류로 행복을 설명할 수 있지만, 저는 관계로 말하고 싶어요. 제가 말하는 관계는 ‘사랑’이에요. 우리는 모두 사랑이 필요해요. 가족과 연인 안에서 사랑, 친구나 사회 공동체 안에서 사랑. 이 외에도 사랑은 다양한 모습의 모양으로 관계 속에 존재하겠죠. 저는 우리가 관계 안에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힘을 얻을 때, 참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넘치는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이 후원이고요.
Q. 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A. 저는 IT업계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제 직종에 관련된 이슈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는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IT 교육, 특히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자료화하여 정리한 후 활용하는 교육 사업이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현대에서 배우는 ‘고기 잡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이를 품으면 아이는 세상을 품을 수 있다는 라칠의 한 문장처럼요.
어쩌다 보니 제 주변에 NGO에 근무하는 지인들이 여럿 있어요. 그들의 삶이 멋지다 생각하며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곤 하죠. 다만, 처우가 개선되면 좋겠어요. 여유 안에서 평안할 때 떠오르는 생각이 훨씬 더 좋은 일을 만들고 좋은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해요. 선한 일을 하는데, 더 잘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들의 시간과 재정에 여유를 줘야 하고, 돕는 자들의 삶도 누군가 반드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일을 위해 후원금을 늘려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의향도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제 인생 목표는 좋은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 내미는 용기 있는 어른,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여유로운 어른, 고단한 인생의 경주에서 웃게 해줄 수 있는 유쾌한 어른, 가진 사랑을 다양한 방법으로 넘치게 표현하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이미 여러분은 좋은 어른이시겠지만, 라칠을 통해 좋은 어른으로 아이들을 함께 품어주세요. 그러면 아이들도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거예요. 저와 함께 좋은 어른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