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달라져요"...필리핀 그룹홈서 피어나는 꿈 [국민일보]
- 2024.02.16
- 228
관련링크
본문
▲ 필리핀 카비테주 아구아도에 있는 그룹홈 아이들의 모습. 시계 방향 순으로 알버트(12·왼쪽 아래), 아들리치(10), 게이저(9), 멜키셰데크(14)가 2층 침대 위에 걸터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리핀 카비테주 ⓒ국민일보 이정헌 기자
지난달 19일 오후 1시에 찾아간 필리핀 카비테주 아구아도. 1층 가정집에서 대형견 한 마리가 짖어대는 소리 사이로 2층에서 아이 서너 명의 웃음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아이들이 아버지처럼 따르는 김영주(41) 선교사가 "필리핀 치안은 전반적으로 불안한 편이지만, 그래도 학교가 앞에 있어 이곳은 안전하다며 실내로 안내했다.
연두색 담벼락과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엔 그늘진 통로를 따라 방 세 칸이 줄지어 있었다. 그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자, 하나씩 하나씩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 가운데 맏형인 멜키세데크(14)는 한 손에 성적 우수 학생에게 수여되는 동메달을, 다른 한 손에는 성적표를 들고 있었다. 따이따이 지역 빈민가의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멜키세데크는 현지인 목사의 소개로 이곳에 입소한 뒤 부쩍 밝아졌다고 한다. 그의 방에 있는 기타가 눈에 띄어 연주를 부탁하자, "아직 연습하고 있어 서투르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가 쥔 성적표에는 1학기 79점에서 2학기 91점으로 오른 음악 점수가 적혀 있었다.
▲ 맏형 멜키세데크(14)는 필리핀 따이따이 빈민가 지역에서 지내다 그룹홈에 참여했다. 최근 기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카비테주 ⓒ국민일보 이정헌 기자
▲ 알버트 드 토레스(12)군이 받은 학급 성적표. 출석일수(빨간 줄)를 보면 알버트군은 지난해 10월 21일 그룹홈에 들어오기 전까지 매달 5~7일 결석을 했지만, 그룹홈 생활에 적응한 뒤로 결석일이 0으로 줄었다. 필리핀 카비테주 ⓒ국민일보 이정헌 기자
▲ 보모 롤리타(왼쪽), 다니카(14), 리하나(14), 앤젤(16), 박광수 (66)목사가 필리핀 안티폴로 그룹홈 건물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필리핀 리살주 ⓒ국민일보 이정헌 기자
김정환 라이프오브더칠드런 간사는 "그룹홈은 아이들을 위한 단순 '시설'이 아니라 진짜 '집'을 지향한다"며 "현지에 맞는 평범한 가정 환경을 제공해 아이들이 사회적 차별 없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