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족 울타리 안에서... 꿈꾸는 아이들[국민일보]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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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오브더칠드런의 우간다 '그룹홈'
열악한 환경 방치된 아이들 지원
보모와 살며 '피보다 진한 사랑'
2023년 11월 4일자 국민일보 기사
▲ 우간다 카탈레의 '모아 그룹홈' 가족들. ⓒ국민일보 김승연 기자
여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무색한 가정이 있다. 아이들 3~5명과 한 명의 보모와 사는 이곳.
아프리카 우간다의 가난한 마을 카탈레에 있는 그룹홈(대안가정) 이야기다.
아동전문 비정부기구(NGO) '라이프오브더칠드런'(라칠)은 열악한 환경에서 방치돼 있던 현지 아이들에게 그룹홈과 생활 전반에 걸친 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그룹홈 식구들은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피보다 진한 사랑으로 연결돼 있다.
국민일보는 라칠과 함께 지난달 9~14일(현지시간) 우간다 현지의 그룹홈을 방문했다.
카탈레 지역 '해피 그룹홈(Happy Grouphome)'에 들어서자 마당 빨랫줄에 잔뜩 널린 아이들 옷이 눈에 들어왔다. 옷가지 수를 언뜻 가늠해봐도 딸린 식구가 많은 이 집엔 남자아이 5명이 20대 남자 보모와 살고 있다.
아이들의 예절교육을 중시하는 보모 우팀 이노센트(28)는 일행이 집에 들어서자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더니 차례로 악수를 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수줍어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손님을 맞았다. 손을 흔들어주자 부끄러워하며 형제들끼리 귓속말을 하다가도 이노센트의 지도에 따라 공손하게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자신들의 얘기를 꺼냈다.
유독 활짝 웃는 얼굴로 일행을 반긴 아이는 해피 그룹홈의 막내 키메라 마크(7)라고 했다.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지닌 마크도 2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사람의 눈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했다고 한다. 마크는 과거 어머니를 자동차 사고로 잃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거리 생활을 전전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길바닥에 방치돼 있기 일쑤였던 마크는 동네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그룹홈에 들어왔다. 이경옥(53) 협력자는 "마크를 처음 봤을 땐 사람이 아니라 짐승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며 "꼭 겁에 질린 늑대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룹홈 합류 초기에 보모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울기만 했던 마크는 2년 사이 전혀 다른 아이가 됐다. 밝은 표정과 제 나이에 맞는 발육 상태를 되찾았다. 면역력이 좋아져 감기나 말라리아에 걸리는 빈도도 전보다 훨씬 줄었다. 무엇보다 학업 성취가 좋아 또래들보다 일찍 초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한다. 2살 형인 모욘자 마틴(9)만큼 체격이 커져 제법 의젓한 소년의 티가 났다.
마크가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데는 보모 이노센트의 노력이 있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이노센트는 아이들의 교육과 정서를 챙기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다. 그는 매일 밤 불안에 떨며 울던 마크에게 책을 읽어주고, 눈을 맞춰가며 얘기를 걸어줬다. 이노센트는 "살면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아이들은 이미 삶을 다 산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해 주고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 그룹홈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아이들이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힘을 심어주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세상을 두려워했던 마크는 이제 꿈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크는 한참 고민하더니 "목사"라고 답했다. 이노센트가 그런 마크에게 "지난주에는 경찰관이라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제는 목사가 더 멋져 보인다"며 이를 드러내고 웃는 마크는 매주 꿈이 바뀌는 영락없는 7살 아이였다.
앞서 2020년 2월 국민일보가 한 차례 방문했던 '센가 그룹홈(Ssenga Grouphome)'을 다시 방문했다. 그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룹홈 인원이 늘어나 새로운 그룹홈으로 분리됐다는 것이다. 당시 함께 살았던 5명의 아이는 셋과 둘로 나뉘어 각각 '센가'와 '모아(Moa)' 그룹홈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