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네하 박승원입니다. - 한신대학교 네팔봉사단 후기
-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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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감문 발표를 맡게 된 스네하 박승원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발표에 미숙하다는 점 미리 양해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언니들 오빠 그리고 친구와 함께 옥상으로 가 너도나도 별똥별을 보겠다며 담요 하나에 펭귄처럼 모여 별들을 바라보던 그 날 밤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그 날 이후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밤이 기다려졌습니다. 방 언니들과 마음속의 답답함 먹먹함을 달래러 별을 보러 가기도 했고, 언니 오빠들과 잠자리에 들기 전 말 없이 별만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어김없이 별을 보고 있던 어느 날, 문득 별들이 저마다의 반짝임으로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들에게 같은 반짝임은 없었습니다. 저마다의 속도와 크기로 반짝이는 듯 보였습니다.
각기 다른 이 별들이 ‘하늘’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보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네팔레트’라는 이름으로 네팔에서 함께 지냈던 우리도 별이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항상 진지하고 예민했던 저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되려 긍정적인 마음을 지닌 언니가 저의 말들을 듣기 좋게 바꿔 다른 단원들에게 전달해주었습니다.
더 나아가 제가 단언들의 마음을 붕 뜨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해준다며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좋게 바라봐 주었습니다.
우리는 부족하다고 서로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서로 채워주면 그만이었습니다. 저는 네팔레트 단원들을 통해 비로소 ‘공동체를’ 배우고 느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오글거리는 말’의 목록이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사랑한다.’는 말을 저는 가족은 물론이고 애인, 친구에게까지 하지 못합니다. 입술이 돌돌 말리는 기분입니다.
네팔에서 우리의 마지막 일정은 ‘일일 평가회’였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당당하지만 섬세한 한 언니 차례가 되었습니다. 언니는 자신이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고마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용기 내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언니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 혹은 눈물을 보이며 울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 깊게, 소중하게 들으며 그 사람의 진심에 함께 눈물 흘리던 언니, 오빠 그리고 친구들을 보면서 저는 오글거리는 말과 이상한 감정은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날의 우리를 저는 잊지 못합니다.
우리는 네팔 바굴룽에 위치해 있는 ‘홀리차일드 스쿨’에서 교육 봉사를 했습니다. 교육봉사 마지막 날 자몽이라는 친구가 저에게 수줍게 다가왔고 저를 무척이나 좋아해 줬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이틀 뒤면 바굴룽을 떠나야 하는데 이제야 이 아이를 만나 마음이 좋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한국에 와 사진 정리를 하다가 제가 교육 프로그램 때 자몽이를 도와주고 있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교육 봉사 마지막 날 자몽이를 처음 본 것은 교육 봉사를 하는 지난 시간 동안 제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게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평소에도 당장 내 앞에 닥친 일 혹은 가까운 어떤 것 때문에 시야를 넓게 보지 못하고 있지 않았을까.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네팔에 있는 동안, 21년의 내 삶은 어땠는지.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제 스스로와 대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항상 내 머리 위에 존재하는 하늘과 같이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익숙한 것들에서 어떠한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 주의를 천천히 유심히 둘러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를 이토록 성장시켜준 네팔레트 언니, 오빠,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네팔 아이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이 자리를 빌려 꼭 말하고 싶습니다.
네팔레트 단원 모두가 저와 같은 생각과 느낌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 모두 각각의 해외 봉사를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지원자 분들도 각자 자신만의 해외 봉사를 그리고, 그것을 간직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하실 수 있길 소망하겠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