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작년 12월,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사무실에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안양 YMCA 초등대안 벼리학교’라고 적힌 봉투를 열어보니 정성이 가득한 그림 편지가 나왔습니다. 학교에서 축제를 열고 남은 금액을 아프리카 지부티 아이들을 위한 모기장 구매에 기부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벼리학교 아이들의 마음은 특별히 지부티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는데요. 지부티에서 보낸 답장을 들고 이번에는 라이프오브더칠드런이 벼리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벼리학교 친구들이 지부티에 보낸 그림 편지)

(지부티에서 벼리학교에 보낸 점자편지)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벼리학교를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벼리학교는 2001년에 만들어진 초등대안학교예요. 아이들이 편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1반에 약 15명씩,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72명의 학생이 함께합니다. 수업은 일반 학교와 비슷하지만, 도예, 살림, 춤, 풍물수업 등 직접 만지고 느껴보는 다양한 교과로 구성되어 있어요.

Q. 평소 벼리학교 아이들에게 ‘나눔’에 대해 특별히 교육하신 부분이 있나요?

검소하게 살자는 말을 많이 해요. 아낄 수 있는 건 아끼자는 정신이 학교생활에 배어있는 편입니다. 학교 안에서 일회용품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종이도 가능한 이면지를 활용합니다. 벼리학교는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밥을 하는데요. 쌀을 씻을 때도 그 물을 버리지 않고 설거지할 때 다시 쌀뜨물을 활용합니다. 또 분리수거만 해도 환경을 살릴 수 있다고 알려주는 한편 우리는 학교에 다닐 수 있으니 행복한 거라며 투덜대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해요. 

(벼리학교 이성희 선생님)

Q. 기부의 계기가 된 축제에 대해서 한 번 설명해주신다면요?

벼리학교는 매년 7월에 축제를 해요. 부모님을 초청해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배운 걸 알려주는 자리입니다. 악기, 춤, 놀이 등 다양한 배움을 부모님과 공유하는데요. 아이들이 강사가 되고 부모님들이 학생이 되는 시간입니다. 축제가 끝나면 부모님들이 1천 원에서 1만 원 선으로 수업료를 내세요. 이렇게 모인 금액을 어디에 사용할지 아이들과 다시 회의를 진행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등 사용처는 다양해요.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나 동물 단체에 기부한 적이 있는가 하면 세월호 유가족을 돕기 위해 사용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 올해는 벼리학교와 같은 또래 친구들을 도와주자고 의견이 모였어요. 기왕이면 외국에 있는 친구들을 도와주자고 해서 라이프오브더칠드런을 통해 지부티 아이들에게 기부하게 되었죠. 

Q. 많은 단체 중 라이프오브더칠드런을 선택하신 계기도 궁금해요. 어떻게 라칠을 아셨나요?

사실 제가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정기후원자예요. 2016년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도 선착장 앞에서 라칠을 만났는데요. 태풍이 와서 바람이 장난 아니었어요. 배가 못 뜬다고 해서 발길을 돌리던 차에 모금 부스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보고 후원을 결심했죠.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라칠에 모금하자고 강요한 건 아니고요. (웃음) 투표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벼리학교 박귀민, 유선우 학생)

Q. 편지를 써준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어볼게요. 어떤 마음으로 편지를 쓰게 되었나요?

(선우, 귀민) 아프리카는 알아도 지부티는 몰랐는데요. 친구들이 우리보다 더 어렵게 사는 것 같았어요. 편지를 보내면서 조금 답장을 기대하긴 했는데 진짜 답장이 오니까 신기해요. 모두 같은 사람이고 생명인 만큼 모두 다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부티 친구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지부티 시각장애인 학교)

Q. 이번 나눔을 통해 지부티 친구들과 좋은 인연이 이어지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벼리학교 친구들이 어떻게 자라길 바라시나요?

아이들은 스스로 잘 큰다고 봐요.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자신감 있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자라면 좋겠습니다. 그때 옆에서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은 바라는 게 없네요.

아프리카 안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지부티. 그중에서도 시각장애인 친구들은 배움의 기회가 전무했습니다. 몇 년 전 맹학교가 생기면서 처음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그래서 5학년 과정에 있는 학생이 23살이기도 합니다. 

바다를 건너온 편지가 마냥 신기했는지 지부티 아이들은 낱장 하나라도 편지를 서로 갖고 싶어 했습니다. 사해에 접한 자기 나라에 놀러 오라고 한 자, 한 자 정성으로 새긴 점자에 진심을 전한 지부티 아이들. 벼리학교 아이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의 마음에 그 존재가 새겨져 오래도록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